최태원, 광주 반도체 부지 점검…용인과 병행 건설 가능성 열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0월 9일 광주 반도체 특화단지 예정지를 찾아 생산시설 확충에 속도를 낼 것을 주문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등 경영진과 함께 광주 군공항 부지와 탄약고 일대를 살피고, 공장 건설에 필요한 기반시설 준비 상황을 확인했다.
이번 방문의 핵심은 신규 투자 규모를 다시 제시하는 데 있지 않았다. 이미 추진 중인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를 얼마나 빨리 실제 생산기지로 연결할 수 있는지 점검하는 데 무게가 실렸다. 최 회장은 용인과 전남광주에서 공장을 동시에 건설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용인 일정 앞당겨도 부족…추가 생산거점 필요성 강조
최 회장은 반도체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늘고 있어 생산시설 확대를 서둘러야 한다고 설명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체 건설 일정을 12년 앞당겼지만, 이 정도의 속도로도 향후 수요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여기서 12년 단축은 개별 공장 한 곳의 준공 일정을 뜻하지 않는다. 용인 부지에 계획된 팹을 모두 채우는 전체 사업의 완성 시점을 앞당겼다는 의미다. 첫 공장 가동 일정과 클러스터 전체 구축 일정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광주 공장 병행 건설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용인 사업을 모두 끝낸 뒤 다음 거점을 조성하기보다, 수요와 부지 준비 상황에 따라 두 지역의 건설을 함께 진행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다만 이날 발언만으로 병행 착공 일정이 확정됐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군공항·탄약고 현장에서 전력과 용수 준비 확인
최 회장과 경영진은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등으로부터 산업단지 조성계획을 설명받았다. 점검 대상에는 부지 확보뿐 아니라 전력, 용수, 교통 등 공장 건설과 운영을 뒷받침할 기반시설이 포함됐다.
반도체 투자는 공장 건물의 공사 기간만 줄인다고 곧바로 생산능력이 늘어나는 사업이 아니다. 건설 가능한 부지를 확보하고 기반시설 공급 시점과 공장 공정을 맞춰야 한다. 이번 현장 방문은 투자 의지를 밝히는 단계에서 실제 공사를 진행할 조건을 확인하는 단계로 논의가 구체화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최 회장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긴밀하게 협력해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을 신속하게 추진하도록 경영진에 주문했다. 민 시장은 핵심 기반시설과 함께 인재 양성, 근로자의 정주 여건까지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400조원 청사진과 실제 착공 일정은 구분해야
SK하이닉스는 지난 6월 호남권에 400조원 규모의 신규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이후 경영진이 광주를 10여 차례 방문해 지자체와 부지 및 기반시설 확보 방안을 협의해 왔다.
400조원은 신규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투자 청사진이다. 이번 방문으로 해당 금액이 새로 추가됐다거나, 전액 집행 시점이 정해졌다는 뜻은 아니다. 독자가 확인해야 할 변화는 기존 구상에 더해 회장이 직접 건설 여건을 살피고 사업 속도를 강조했다는 점이다.
최 회장은 가능한 공정부터 먼저 진행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전력과 용수 공급을 기다리는 동안 모든 공사를 멈추기보다, 여건이 갖춰지는 부분의 기초공사를 앞당기는 방식이다. 다만 구체적인 착공 시점은 정부·지자체의 기반시설 계획과 공장 건설 일정을 함께 검토한 뒤 결정할 사안으로 남아 있다.
5년 내 생산능력 두 배 목표…후속 일정이 관건
최 회장은 최근 대내외 간담회에서 향후 5년 안에 메모리 반도체 생산능력을 두 배 이상 늘려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AI 메모리 수요 증가에 대응하려면 기존 시설의 투자만으로 충분한지 살피고, 추가 생산거점도 함께 준비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생산능력 확대 목표가 곧 광주 공장의 가동 시점을 확정하는 것은 아니다. 투자 계획, 공장 착공, 생산설비 구축, 실제 양산은 각각 다른 단계다. 두 배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여러 거점의 시설 확대가 어떤 일정으로 이어지는지 확인해야 한다.
앞으로의 주요 확인 사항은 광주 부지 정비와 인허가 진행, 전력·용수 공급 일정, 구체적인 팹 착공 계획이다. 용인과 광주의 병행 건설 여부도 이 조건들과 함께 판단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방문은 호남권 투자의 실행 속도를 높이겠다는 신호이며, 실제 생산 확대 규모와 시점은 후속 발표를 통해 구체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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