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보유한 SK실트론의 경영권 지분을 두산에 넘기기로 했다. SK는 대규모 현금을 확보해 재무구조 개선과 신규 성장사업 투자에 활용하고, 두산은 기존 전자소재와 반도체 테스트 사업에 웨이퍼 분야를 추가하며 사업 영역을 넓힌다.

SK㈜와 ㈜두산은 각각 이사회를 열고 SK실트론 지분 70.6%에 대한 주식매매계약 체결을 승인했다. 거래 금액은 약 2조3천억원이며, 향후 정해진 가격 조정 절차를 거쳐 최종 매매대금이 확정될 예정이다.
SK㈜는 이번 거래의 목적을 재무 안정성 강화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라고 설명했다. SK실트론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차입금 부담 완화와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새로운 성장 분야 투자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SK실트론은 2017년 SK그룹에 편입된 이후 생산 규모와 거래처를 꾸준히 확대했다. 현재 300㎜ 실리콘 웨이퍼 시장에서 글로벌 상위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등 국내외 주요 반도체 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지난해 SK실트론의 매출은 약 2조원,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4천억원을 웃돈 것으로 알려졌다. SK㈜는 인수 이후 SK실트론을 글로벌 웨이퍼 기업으로 성장시킨 뒤 경영권 지분을 매각하면서 투자금 회수와 신규 재원 확보를 동시에 추진하게 됐다.
두산은 이번 인수로 반도체 사업을 소재부터 후공정 테스트까지 연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두산 전자BG는 인공지능 가속기용 동박적층판을 생산하고 있으며, 2022년에는 반도체 테스트 기업 두산테스나를 인수했다. 여기에 SK실트론이 더해지면 반도체 제조의 출발점인 웨이퍼 사업까지 포트폴리오에 포함된다.
웨이퍼는 반도체 회로를 형성하는 원형 기판으로, 표면에서 주요 전공정이 진행된다. 웨이퍼 품질이 반도체 수율과 성능에 직접 영향을 주는 만큼 높은 제조 기술과 장기간의 고객사 인증이 필요한 사업이다. 시장 진입 장벽도 높아 세계 시장은 소수 업체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SK실트론은 국내에서 반도체용 실리콘 웨이퍼를 생산하는 유일한 기업이다. 두산은 SK실트론의 제조 기술과 글로벌 고객 기반을 기존 전자소재 및 테스트 사업과 연계해 반도체·첨단소재 부문의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두산은 인수 이후 SK실트론을 별도로 상장하지 않고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SK실트론이 창출하는 현금과 배당을 활용해 ㈜두산의 주주가치를 높이고, 전자BG에 집중됐던 반도체 관련 수익원도 다변화할 계획이다.
중장기 성장 목표도 제시했다. 두산은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와 반도체 수요 증가에 따라 웨이퍼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SK실트론의 2031년 매출 목표를 약 3조원으로 설정했다. 메모리용 웨이퍼는 기존 고객과 거래를 확대하고 신규 거래처를 확보해 글로벌 2위권 진입을 추진한다.
비메모리용 웨이퍼 분야에서도 고객 기반을 넓힐 계획이다. 다만 실리콘카바이드 웨이퍼 사업을 담당해 온 SK실트론 미국법인은 청산하고, 향후에는 실리콘 웨이퍼 중심으로 사업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다.
이번 거래는 SK에는 재무 부담을 낮추고 미래 투자를 위한 현금을 확보하는 계기가 되고, 두산에는 반도체 소재 사업을 전공정까지 확장하는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앞으로 인수 이후 조직 통합과 투자 효율성, SK실트론의 수익성이 두산의 기업가치에 얼마나 기여할지가 주요 관전 요소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