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태문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이 자사주를 추가로 사들인 직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두 경영진은 매수 하루 만에 상당한 규모의 평가이익을 기록하게 됐다.
SK하이닉스 17년 만에 상한가 기록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달 31일 전 거래일보다 29.95% 오른 171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가 상한가로 장을 마감한 것은 2009년 이후 약 17년 만이다. 주식시장의 가격 제한폭이 30%로 확대된 2015년 이후로는 처음 있는 일이기도 하다.
최태원 회장은 주가 급등 전날인 30일 SK하이닉스 보통주 3,620주를 장내에서 매수했다. 평균 취득 단가는 주당 135만3,677원이며, 전체 매입 금액은 약 49억 원이다.
다음 날 SK하이닉스 주가가 171만8,000원까지 오르면서 최 회장이 새롭게 취득한 주식의 평가액은 약 62억 원으로 증가했다. 매입 가격과 비교하면 하루 만에 약 13억 원의 평가이익이 발생한 셈이다.
노태문 대표도 삼성전자 주식 추가 매수

삼성전자 역시 같은 날 전 거래일보다 26.81% 오른 26만2,5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삼성전자 상장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의 일일 상승률이다.
노태문 대표는 주가가 급등하기 하루 전 삼성전자 보통주 3,045주를 주당 23만 원에 매입했다. 주식 취득에 투입한 금액은 총 7억35만 원이다.
31일 종가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해당 주식의 가치는 약 7억9,900만 원으로 늘어난다. 신규 매수분에서만 약 9,900만 원의 평가이익이 발생했다.
기존 보유분을 포함한 노 대표의 삼성전자 주식은 총 12만4,280주다. 전체 보유 주식의 평가액은 전날 약 257억 원에서 326억 원 수준으로 증가했다. 하루 동안 불어난 평가액만 약 69억 원에 이른다.
책임경영 신호와 글로벌 반도체 호재 겹쳐
시장에서는 두 경영진의 주식 매수가 회사 실적과 성장 가능성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내는 책임경영 행보로 받아들여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미국 대형 기술기업들의 견조한 실적도 국내 반도체주 투자 심리를 끌어올렸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서 반도체 수요 둔화에 대한 우려가 일부 완화됐다.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8% 넘게 상승한 것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외국인과 기관 매수세 집중
수급 측면에서도 대규모 자금이 두 종목에 몰렸다. 외국인 투자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합쳐 5조7,000억 원 이상 순매수했다.
기관 투자자도 삼성전자 주식 약 9,318억 원어치와 SK하이닉스 주식 약 5,446억 원어치를 사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이번 주가 상승은 경영진의 자사주 매수뿐 아니라 글로벌 증시 흐름과 외국인·기관 수급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단기간에 주가가 크게 오른 만큼 향후 차익 실현에 따른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