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AI 시대 인재상 제시…학력보다 문제 해결·실험 경험 강조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인공지능(AI) 확산으로 기업이 인재를 평가하는 기준과 대학의 역할이 달라질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학력과 성적만으로 역량을 판단하기보다 AI를 활용해 실제 문제를 해결한 경험, 질문을 만드는 힘,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이 중요해진다는 설명이다.
최 회장은 2026년 10월 16일 방송된 EBS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에서 청년들에게 이 같은 생각을 전했다. 12일부터 이어진 ‘AI와 새로운 자본주의 그리고 청년’ 강연을 마무리하면서 교육과 일자리, 사회문제 해결을 연결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대학 졸업장 발언의 핵심은 역량을 평가하는 기준의 변화
이날 관심을 모은 발언은 앞으로 대학 졸업장의 필요성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었다. 대학을 졸업했는지와 관계없이 AI를 사용하는 환경이 비슷해질 수 있고, 그 과정에서 기업이 중요하게 보는 능력도 바뀔 것이라는 취지다.
다만 최 회장은 학업을 중단하거나 공부를 소홀히 하라는 의미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공부를 잘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성적만으로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학력을 쌓는 과정과 별개로 현실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실행하는 경험이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읽힌다.
기업의 채용 조건이 실제로 바뀌었다는 발표와도 구분해야 한다. 이번 발언은 AI 시대 교육과 노동에 관한 최 회장의 전망이며, SK그룹이 학력 요건을 일괄 폐지하거나 새로운 채용 제도를 시행한다는 내용은 아니다.
문제 해결부터 공감까지, 강조한 여섯 가지 능력
최 회장이 제시한 역량은 문제 해결 능력, 질문을 던지는 능력, 생각하는 힘, 공감하는 힘, 적응 능력,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다. 사회와 기업이 앞으로 이런 특성을 갖춘 사람에게 더 많은 일의 기회를 제공하려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가운데 질문을 만드는 힘은 AI를 실제 업무와 연결하는 출발점에 해당한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정하지 못하면 도구를 사용할 수 있더라도 결과가 필요한 방향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공감과 사고력은 누구를 위한 해결책인지, 제안된 방법이 현실에 맞는지 살피는 데 필요한 역량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AI 기능을 많이 아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주장과는 거리가 있다. 강연에서 강조한 방향은 AI를 활용하는 과정에 사람의 판단과 문제의식을 결합하고, 결과를 보며 방법을 바꾸는 경험을 쌓는 것이다.
대학은 지식을 전달하는 곳에서 실험하는 공간으로
교육 방식에 대해서는 정해진 내용을 전달하고 높은 학점을 받는 데 집중하는 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봤다. AI 시대에는 기존에 없던 문제와 활용 방식이 등장하는 만큼, 교사나 교수의 설명을 따라가는 것만으로 모든 상황에 대비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최 회장은 청년들이 직접 AI를 사용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고, 기회가 있다면 무언가를 만들어보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학교 역시 지식을 습득하는 기능에 더해 실험과 시도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결과물의 완성도뿐 아니라 문제를 어떻게 정의했고, 어떤 방법을 시도했으며, 실패한 뒤 무엇을 바꿨는지도 배움의 중요한 내용이 된다. 하나의 기준으로 학생을 평가하기보다 서로 다른 문제 해결 경험을 인정해야 한다는 교육관과 연결된다.
AI 생산성 향상이 노동시간과 고용 방식에 던지는 질문
노동에 대해서는 한 회사와 부서에 소속돼 정해진 시간 동안 일하는 기존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AI를 활용해 업무에 필요한 시간을 줄일 수 있다면, 근무시간과 생산성을 연결하는 기준도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취지다.
강연에서는 기존 업무의 생산성을 1~2시간에 맞출 수 있는 상황을 예로 들었다. 이는 모든 직종의 업무가 이미 해당 시간 안에 끝난다는 검증 결과나 근로시간 단축 방침이 아니라, 생산성 변화가 고용 구조에 미칠 영향을 설명하기 위한 전망이다.
최 회장은 개인이 자신의 일을 설계하고 일할 회사를 선택하는 여지가 커질 수 있다고 봤다. 동시에 대량 해고와 같은 급격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기업과 사회가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기술의 발전 속도와 제도의 변화 속도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청년에게 권한 도전은 사회의 어려운 문제를 푸는 창업
20대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하겠느냐는 질문에는 창업을 통해 한국이나 인류가 겪는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보고 싶다고 답했다. 기아 문제를 예로 들며 새로운 식량 생산 방식이나 대체 식품 등 기존과 다른 접근을 시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에서 강조한 실험 경험은 이 대목에서도 이어진다. AI를 배우는 데서 끝내지 않고 해결할 문제를 고른 뒤 새로운 방법을 만들고 실행해보라는 것이다. 이번 강연은 졸업장의 가치가 당장 사라진다는 선언보다, 학습과 채용에서 실제 문제 해결 경험을 어떻게 평가할지 묻는 계기를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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